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희비와 환호가 태평양 양쪽에서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FA 시장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김하성의 주가가 치솟고 있으며, 국내 KBO 리그에서는 베테랑들이 전설적인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메이저리그 시장의 ‘품귀 현상’과 김하성의 가치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간판 기자 켄 로젠탈은 최근 FA 유격수 시장을 분석하며 김하성을 향해 “시장 내 유일하고도 진정한 유격수”라는 파격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FA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김하성을 제외하면 주전급 유격수로서 공수 밸런스를 갖춘 자원을 찾기 힘들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김하성은 2026년 연봉 1,600만 달러(약 235억 원)의 상호 옵션을 거절하고 과감하게 시장으로 나왔다. 그를 노리는 대표적인 구단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다. 애틀란타는 김하성과의 재회를 강력히 원하고 있으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마우리시오 듀본을 영입했지만, 현지 평가는 냉정하다. 로젠탈은 “듀본은 김하성을 영입하지 못했을 때 유격수를 맡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험일 뿐, 완벽한 주전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보 비솃이 잠재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솃은 2억 달러(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몸값이 예상되는 데다, 많은 구단이 그를 장기적인 유격수보다는 2루수나 3루수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겔 로하스,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 등 다른 후보군 역시 김하성의 수비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를 원하는 팀에게 김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현지의 중론이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양의지의 10번째 황금장갑
김하성이 미국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동안, 한국 KBO 리그에서는 ‘안방마님’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양의지는 지난 화요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10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자단 투표 316표 중 무려 278표를 휩쓴 압도적인 지지였다. 경쟁자였던 LG의 박동원을 여유 있게 따돌린 양의지는 이로써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에서 세웠던 역대 최다 수상 기록(10회)과 타이를 이뤘다. 포수 부문에서만 9번째 수상으로, 과거 한대화가 3루수 부문에서 기록한 단일 포지션 최다 수상 기록(8회)도 넘어섰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시상식에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낸 것이다.
양의지는 수상 소감에서 “지난해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것이 오히려 올 시즌을 준비하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트레이닝 파트와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337를 기록하며 포수 최초로 두 번째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153안타와 OPS 0.939 등 타격 지표 전반에서 포수 1위를 차지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돌아온 해결사와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은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경신한 최형우였다. 최근 KIA 타이거즈를 떠나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와 FA 계약을 체결한 최형우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309표를 얻으며 최다 득표의 영예까지 안았다. 만 4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는 2025시즌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가장 생산적인 시즌을 보냈다.
9년간 몸담았던 KIA를 떠나 2016년 이후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최형우는 수상 직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무대에 올라 옛 동료들을 향해 “모두가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사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나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먹먹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한편,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은 생애 첫 3루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268표를 얻은 송성문은 최다 안타(181개), 타율(0.315), 득점(103점)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3루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태평양을 건너 들려오는 김하성의 잭팟 소식과 국내 리그를 지탱하는 신구 조화의 스토리가 어우러져, 야구팬들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